아마존부터 우주까지, 제프 베조스의 생애. 1 - 생활주부 깔끔이

아마존부터 우주까지, 제프 베조스의 생애. 1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겸 최고경영자

 

1994년,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헤지펀드 D.E Shaw 컴퍼니에 근무하던 30살의 청년 부사장은 잡지를 보다가 인터넷의 규모가 1년 새 2300배 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는 바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적합할 물건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사무용품, 의류, 음반, 책… 그래 책이 적합하겠군. 어디서 구매하든 품질이 동일하고, 배송도 쉽다. 출간된 책의 종류는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를 모두 갖춘 오프라인 매장은 없지 않은가.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매하면 대형 물류 창고를 활용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겠지"

 

청년은 자신의 생각을 바로 실천했다. 사표를 내고, 사업을 함께할 동지를 찾은 다음, 뉴욕(극동)에서 시애틀(극서)로 거점을 옮긴 후 자신의 차고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창업 당시 제프 베조스의 사무실

 

그냥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만 다녀도 청년의 인생은 탄탄대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표를 내자 잠시 더 생각해보라며 그를 잡는 사장의 손길을 80살까지의 인생 계획이 있다며 뿌리쳤다. 그는 즉흥적이었지만, 경솔하진 않았다. 1994년 당시 존재하던 상위 20개의 인터넷 쇼핑몰을 꼼꼼히 검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는지 하나하나 검토했다. 창업을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첫 투자자는 그의 부모였다. 노후자금으로 준비해둔 30만 달러를 아들의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다.

 

"이름은 뭐가 좋을까… 뭐든지 마술처럼 제공하는 인터넷 쇼핑몰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가 좋겠군."

그는 회사의 이름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 주문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따온 '카다브라(Cadabra)'로 정했다. 하지만 이 의견을 자문 변호사에게 말하자 변호사는 "네? 시체(Cadaver)요?"라고 반문했다. 결국 청년 사업가는 카다브라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정한 이름은 '끈질김(Relentless)'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아이디어도 주변의 반대로 기각 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정한 이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고, 수량이 가장 풍부한 강 ‘아마존’이었다. 결국 아마존의 지류와 수량처럼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 되자는 의미에서 자신의 인터넷 쇼핑몰을 ‘아마존닷컴(Amazon.com)’으로 이름 붙인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장터 ‘아마존닷컴’이 탄생한 순간이다. 아마존을 창업한 그 청년의 이름은 '제프리 프레스턴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 줄여서 제프 베조스다.

 

 

창업 전 제프 베조스의 생애

베조스는 양부 휘하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했다. 그는 과학 기술에 큰 흥미를 보였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한다. 처음에는 물리를 배운 후 대학교수를 하려 했지만, 이후 마음을 바꿔 전기 공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제프 베조스와 전처 메켄지 터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인텔 등 유수의 회사의 취업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투자자로 활약한다. 26세의 나이로 D.E Shaw 컴패니의 역대 최연소 부사장이 된 것도 이때쯤이다. D.E Shaw에서 그는 자신의 반려가 될 매켄지 터틀을 만났고, 둘은 곧 결혼하게 된다.

 

 

온라인 판매의 패러다임, 아마존닷컴! 

 

1995년 오픈한 아마존닷컴의 모습

 

베조스의 얘기를 하면서 아마존의 얘기를 빼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인생이 곧 아마존의 역사고, 아마존의 움직임이 바로 그의 뜻이기 때문이다.

 

베조스는 지인 300명을 초청해 홈페이지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후 1995년 7월 16일 아마존닷컴 홈페이지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서비스는 기대 이상으로 빨리 성장했다. 서비스를 개시하고 2년 만에 아마존닷컴은 기존 오프라인 상점의 자리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98년부터 도서뿐만 아니라 음반, 영상물 등 다양한 미디어를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유통망과 계약을 맺어 옷, 전자제품, 장난감 등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실물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자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앱, 게임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에서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파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아마존의 확장 전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일까. 미국 타임지는 1999년 올해의 인물로 베조스를 선정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과 이베이, 옥션 같은 기존 온라인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뭐가 다른 걸까. 콘텐츠 공급자와 만물상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아마존닷컴은 책, 음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앱 등 콘텐츠와 비디오 게임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를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반면 일반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콘텐츠보다 생활에 필요한 온갖 물품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현재는 아마존닷컴도 여러 유통망과 계약을 맺다 보니 가구부터 운동화까지 취급하지 않는 품목이 없게 되었고, 일반 전자 상거래 사이트 역시 콘텐츠 판매에도 나름 심혈을 기울이게 되어 둘의 차이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다. 둘 다 사이 좋게 만물상이 된 셈.

 

하지만 아마존닷컴은 콘텐츠 공급자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다. 일단 아마존닷컴 홈페이지 전면에는 언제나 콘텐츠와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만 배치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들을 아마존닷컴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책 서비스 킨들이다.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킨들을 통해 책을 구독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후 아마존닷컴은 줄곧 미국 전자책 시장 1위를 고수했다. 심지어 2011년부터는 아마존에서 판매된 전자책 수가 종이책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베조스와 아마존닷컴은 미국 독자들의 책을 읽는 방식마저 송두리째 바꿨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경쟁자 반즈앤노블(미국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애플, 구글 등이 아마존닷컴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닷컴의 위치는 확고하다. 아마존닷컴은 경쟁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2014년 7월 초강수를 둔다. 월 9.99달러에 7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구독할 수 있는 킨들 언리미티드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읽는 콘텐츠뿐 아니라 비디오와 음악 같은 보고 듣는 콘텐츠도 사용자들에게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연 99달러에 제품 무료 배송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아마존의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보여주고 있고, 200만 곡 이상의 음악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예전에는 사용자가 무료 배송 등의 혜택을 보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이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 등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 급성장의 비결: 쉽고 저렴하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자

아마존은 정말 매섭게 성장했다. 반즈앤노블, 이베이, 그루폰 등 미국 내 경쟁자들은 아마존을 따라잡지 못했다. 1995년 고작 51만 달러에 불과했던 아마존의 매출은 2016년 1,359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아마존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함으로써 아마존을 이용한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상상 자체를 못하게 했다.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마존만의 독특한 시스템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쉬운 결제를 들 수 있겠다. 1999년 아마존은 미국 특허청에 원클릭(1-Click)이라는 이름의 특허를 등록하고, 이를 아마존 홈페이지에 적용했다. 원클릭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즉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아마존 계정에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해두면 즉시 원클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주문과 결제가 편리해지니 주문은 폭증했고, 그만큼 아마존의 매출도 급성장했다.

 

아마존은 결제만큼 환불도 쉬웠다. 당시 일반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제품을 반품하려면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합의가 필요했다. 아마존은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사용자는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판매자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됐다. 배송상자 겉에 적혀있는 주소로 제품을 다시 보내기만 하면 알아서 반품과 환불 처리가 완료됐다. 지금이야 어떤 전자 상거래 사이트든 너무나도 당연한 시스템이지만, 아마존은 예전부터 '묻지마 반품'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무조건 남들보다 더 싸게 파는 박리다매 전략도 주효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오프라인 상점과 직원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층 저렴한 판매가 가능하다. 아마존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출혈경쟁을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아마존이 내놓는 밑지고 파는 것 아닌지 의심스러운 제품 패키지에 열광했다(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실제로 밑지고 파는 제품이 맞다). 싼 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아마존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실제로 실천에 옮긴 것뿐이다.

아마존닷컴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웹페이지 캐시를 활용해 제품을 미리 보여주는 기능도 아마존이 원조다. 아마존은 사용자의 웹 브라우저에 남아있는 캐시를 활용해 사용자가 과거에 살펴봤던 제품을 리스트 형태로 다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전자 상거래 사이트 가운데 최초로 선보였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구매를 망설인 제품을 실제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거뒀다.

 

 

성장전략: 번 돈을 남김없이 투자하라

아마존은 높은 매출과 달리 영업 이익이 바닥 수준이다. 대부분 그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고, 그마저도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이익이 기업의 내실을 판단하는 척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낮은 영업 이익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법하다.

 

실제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2001년 지금 구조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아마존은 1년 내에 파산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와 닷컴버블 붕괴 사태가 맞물려 아마존은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100달러가 넘던 주가가 6달러 수준으로 추락할 정도였다. 베조스는 이러한 위기를 내부 구조조정과 판매 물품 다각화로 극복했다.

 

낮은 영업 이익은 베조스의 고도의 경영 전략이다. 베조스의 경영 철학은 확고하다.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주지 않고, 대신 사용자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면 낮은 영업 이익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 및 R&D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한다. 아마존은 투자 대신 벌어들인 현금을 투입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R&D 비용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 덕분에 베조스는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베조스는 "성장(Growth)은 낮은 가격구조(Lower Cost Structure)와 낮은 가격(Lower Price)에서 나오고 이는 곧 훌륭한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으로 이어진다. 훌륭한 고객 경험은 곧 홈페이지 트래픽 증가(Traffic)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들(Sellers)을 끌어들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가 늘어난 만큼 고객 경험의 질도 한층 상승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베조스가 그린 아마존의 경영전략이다. 그 어디에도 이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제프 베조스가 작성한 아마존의 성장전략

 

결국 베조스의 경영 전략이 옳았다. 아마존의 파산을 예측한 리먼브라더스는 중이 제 머리를 못 깍는 것처럼 2008년 파산했다. 반면 아마존은 2020년 7월 기준 41조 8,8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갖춘 시가총액 세계 3위의 기업으로 우뚝섰다. 아마존 성장 덕분에 베조스도 2000억 달러가 넘는 개인 자산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2021년 7월 포브스 기준)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부터 우주까지, 제프 베조스의 생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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