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국회 통과 앞두고 공방 가열…왜? - 생활주부 깔끔이
뉴스 / / 2020. 5. 19. 17:31

‘n번방 방지법’ 국회 통과 앞두고 공방 가열…왜?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운영자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

내일(20일) 예정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인터넷 업계의 관심이 국회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때문인데요. 여야 원내지도부가 처리에 합의한 만큼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 보입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인터넷 업계는 "졸속처리"라며 21대 국회에서 재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회와 정부는 "업계에서 과한 우려를 하고 있다"며 법안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맞선 상황입니다.

공분을 불러일으킨 'n번방' 사태 이후 불법 촬영물 유통 피해를 막고자 추진된 법안을 두고 왜 이런 진통을 겪고 있는 걸까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n번방 방지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사적 검열?

인터넷 업계에서 현재 가장 크게 문제를 주장하고 있는 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중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화" 조항입니다. 성 착취 영상 등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필터링 같은 조치를 사업자가 하라는 건데요.

이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처벌까지도 가능합니다. 인터넷 업계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점도 사실 이 벌칙 조항입니다.

웹하드의 경우 2012년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필터링이 의무화됐습니다. 영상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해시값 등을 이용해 불법 촬영물을 올리지 못하게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업계에선 전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전체 인터넷 업계로 이런 필터링을 확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합니다. 웹하드와 달리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서비스가 있는데 일괄적으로 필터링을 적용하고, 불법 촬영물을 100% 걸러내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벌칙 조항까지 부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필터링 기술을 적용할 경우 속도 등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개발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필터링 등을 위해선 블로그나 카페 등 사적 공간까지 모두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며 사적 검열 문제도 제기합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불법 촬영물을 검색하거나 송수신하는 걸 제한하려면 사적이든 공적이든 모든 곳에 필터링이 붙어야 한다"며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열며 n번방 방지법은 "이용자의 사생활 및 통신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적 대화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방통위는 '표준 DNA DB'를 만들어 사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업자들이 먼저 불법 촬영물을 찾아내서 삭제·차단하거나 유통 방지 조치를 하라는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수사기관과 방통위 심의 등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특정한 DB를 만들어줄 테니, 사업자는 지목된 영상에 대해 삭제·차단, 유통방지 조처를 하면 된다는 겁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 때문에 개인의 사적 대화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업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선 여전히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개된 정보에만 한정한다고 해도 불법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적 조치가 마땅치 않다면, 사업자들이 처벌을 피하려고 이용자들의 소통 공간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


'n번방 방지법'이 n번방은 못 막는다?…"불법방치하라는 거냐"

정부와 인터넷 업계가 충돌하는 다른 지점은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사업자 규제입니다. 'n번방 방지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실제로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도 규제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냅니다. 정작 n번방의 주 무대가 된 텔레그램 등 해외 사업자에 대해선 실제로 법을 적용하지 못하면서, 국내 사업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는 "n번방 방지법이라면 텔레그램까지 적용돼야 하는데, 사실상 국내 메신저만 사찰하는 '카카오톡 사찰법'이 나왔다"면서 "인간의 기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려 들면서 국가는 사업자 처벌만 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대책·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방통위는 "해외 사업자에게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해서 모든 국내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를 정부가 방치하라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합니다.

방통위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확보를 위해 국내외 수사기관과 협조하고, 행정제재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728x90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